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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자만 뽑으면 끝? 중대재해처벌법이 진짜 요구하는 것

리라랩 ReLa.LAB 2026. 07. 14

사진출처:unsplash

제조나 건설 쪽 대표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얘기가 나올 때 표정이 비슷하게 바뀝니다. "저희는 안전관리자 뽑았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의 그 안도감. 그런데 그 안도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지점일 수 있습니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됩니다. 3년 유예가 끝나면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까지 전부 대상이 됐습니다. 사망사고가 나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남 얘기가 아니라, 직원 대여섯 명 회사 대표에게도 곧바로 닥친 현실입니다.


"안전관리자 뽑았으니 됐다"가 위험한 이유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안전관리자 한 명 채용하면 법적 의무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

안전관리자 선임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입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에게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겁니다. 경영책임자가 직접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했는지를 봅니다. 두 법은 별개로, 각자 독립적으로 적용됩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안전관리자를 뽑는 건 실무자를 배치한 것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은 대표가 그 위에서 목표와 예산, 점검 체계를 스스로 세우고 굴렸는지를 묻습니다. 담당자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겨둔 상태라면, 안전관리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대표의 의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로 서로 별개

안전관리자 선임과 경영책임자의 체계 구축·이행은 별개의 의무다


법이 실제로 요구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체계'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게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움직입니다. 하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세울 것. 둘, 인력과 예산 같은 자원을 실제로 배정할 것. 셋,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직접 파악하고 개선할 것. 넷, 이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반기마다 점검·평가할 것.

핵심은 이게 서류 한 번 만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예산을 붙이고, 위험을 찾아 고치고, 다시 점검하는 이 순환이 계속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순환의 최종 책임자는 안전관리자가 아니라 대표입니다.

실제로 법 위반이 문제가 된 초기 판결에서는 대부분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반대로,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관심과 투자를 쏟은 기업은 사고가 나고도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사고가 났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대표가 체계를 세우고 굴렸느냐가 처벌을 가른 겁니다.


소규모 회사일수록 더 막막한 이유

문제는 50인 미만 회사 대부분이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 같은 전문 인력을 아예 두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대기업처럼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꾸릴 여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체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고, 정부 안내 책자만으로는 실무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전보건 전문가를 정규직으로 한 명 앉히자니, 이 규모에서 풀타임으로 붙잡아둘 만한 일이 나오지 않습니다. 앞서 다룬 경영지원 담당자와 똑같은 딜레마입니다. 필요한 건 분명한데, 상근 한 명은 과합니다.

확대 시행 2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의 가장 큰 불만은 규모에 맞는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은 똑같이 적용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규직 대신, 체계를 세워본 사람에게 맡기는 방법

이 구간의 회사들이 실제로 택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 초기 진단과 체계 설계만 전문가에게 받는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처음 세우는 단계에서, 여러 현장을 겪어본 전문가가 우리 회사에 맞는 목표·예산·점검 구조를 짜줍니다. 한 번 제대로 세워두면 이후 운영은 내부에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둘, 정기 점검만 자문으로 받는다.
체계는 만들어두었지만 반기마다 점검·평가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신이 안 설 때, 필요한 시점에만 전문가가 들어와 점검하고 보완합니다. 상근 인력 없이도 순환이 끊기지 않습니다.

셋, 위험요인 파악과 개선을 파트타임으로 맡긴다.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하는 실무를, 정해진 시간만큼만 전문가에게 맡깁니다. 대표는 고정 인건비 부담 없이 법이 요구하는 실질적 조치를 채워갑니다.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이건 '사람을 한 명 더 뽑는 문제'가 아니라 '체계를 세울 줄 아는 사람이 잠깐 봐주는 문제'라는 겁니다.


사진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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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래 현장을 책임져온 시니어 전문가에게도 새로운 기회입니다. 제조·건설·화학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해봤다면, 지금 수많은 소규모 기업이 바로 그 경험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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