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매출은 오르는데, 돈이 남지 않는 이유는?
리라랩 ReLa.LAB
2026. 06. 26
분기 매출은 사상 최고를 찍었고, 그래프는 우상향입니다. 대표 앞에 CFO가 손익계산서를 가져옵니다.
”대표님, 매출은 분명히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거의 제로입니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 속도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같은 분기, 같은 회사의 같은 숫자인데, 마치 다른 회사처럼 보입니다.
밖에서 보면 성장하는 회사, 안에서 보면 매분기 영업이익을 다시 짚어야 하는 회사.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스타트업에서 이 간극은 더 이상 예외적인 풍경이 아닙니다.
이건 영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의 문제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의 대표들이 가장 늦게 깨닫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격차의 정체는 거의 항상 ‘운영 구조의 지연’이라는 것입니다.
매출이라는 활동량이 회사의 운영 시스템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선 순간 회사는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무너지는 것은 매출이 아닙니다. 수익이고, 조직이고, 결국 대표 본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격차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어떤 신호로 드러나는지를 진단합니다. 그 진단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다룹니다.
Q1.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답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매출은 회사의 활동량이고, 수익은 회사의 효율성입니다. 둘은 다른 게임입니다.
매출이 늘면 그에 비례해 따라붙는 비용이 있습니다. 인건비, 채널 수수료, 광고비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이 비용들은 매출보다 더 빨리, 비례 이상으로 증가합니다. 특히 세 지점에서 손익이 무너집니다.
① CAC(customer acquisition cost,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와 매출 단가의 역전입니다.
초기에는 입소문과 자연 유입이 매출을 만들지만, 일정 규모를 넘으면 광고 의존도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 시점부터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이 그 한 명에게서 얻는 단가를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매출은 늘지만, 새로 들어오는 모든 매출이 적자에 가까운 매출일 수 있습니다.
② 고정비의 누적입니다.
직원이 늘고, 사무실이 늘고, 시스템이 늘면 고정비는 한 번 늘어난 뒤 다시 줄이기 어렵습니다. 매출이 일시적으로 빠져도 고정비는 그대로 남아 영업이익을 짓누릅니다.
③ Top-line 강박이 만든 무리한 매출입니다.
투자 라운드를 앞두고, 또는 다음 분기 KPI를 맞추기 위해 마진을 깎고 무리하게 채운 매출일 수 있습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그 매출의 질은 떨어집니다.
매출이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줄었다면 회사가 일을 안 한 것이 아닙니다. 일은 했지만, 그 일이 수익으로 환산되는 구조가 매출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입니다.
📌 사례 - ‘컬리’
새벽배송으로 알려진 컬리는 매출이 2019년 4,260억 원에서 2022년 2조 372억 원으로 약 5배 폭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2020년 1,163억 원에서 2022년 2,33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누적되었습니다.
외형 성장과 손익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컬리는 2023년 1월 IPO를 연기했고, 2025년에 와서야 창사 10년 만의 첫 연간 흑자(영업이익 131억 원)를 달성했습니다.
(컬리 잠정 실적 공시 및 언론 보도 종합)
Q2. 브랜드는 성장하는데, 회사는 왜 무너질까?
매출과 영업이익의 격차가 숫자의 문제라면 브랜드와 운영의 격차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밖에서 보이는 회사와 안에서 굴러가는 회사는 다른 회사입니다. 광고, PR, SNS 노출, 인지도가 올라가는 동안 회사 안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집니다. 세 가지 신호로 가장 먼저 드러납니다.
① 결제 후 배송·서비스가 늦어집니다.
주문은 늘었는데 그것을 처리할 운영 인력과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고객은 인스타에서 본 그 멋진 브랜드의 제품을 결제한 뒤 2주 동안 배송 문의를 보내야 합니다. 이때 브랜드 이미지는 한 번에 무너집니다.
② 직원 이탈률이 올라갑니다.
회사는 빠르게 큽니다. 그런데 사람을 뽑는 속도, 키우는 속도, 책임을 분산하는 속도는 매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핵심 인력 한 명이 5명분의 일을 떠안다가 어느 날 회사를 떠납니다. 그가 갖고 있던 운영 노하우는 어디에도 문서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③ 거래처와 외주의 정산이 지연됩니다.
매출은 늘었는데 현금흐름이 거기 묶여 있습니다. 미수금, 재고, 광고 선집행. 통장 잔고로 들어오는 돈은 회의실의 그래프보다 한 박자 늦거나, 어떤 경우엔 영원히 늦습니다.
세 신호는 모두 회사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두 운영 시스템의 부재에서 옵니다.
📌 사례 - ‘티몬·위메프’
큐텐 그룹이 짧은 기간 동안 아시아 여러 국가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하고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등 빠르게 외형을 확장하는 사이, 핵심 운영 시스템인 정산 구조가 무너졌습니다.
2024년 7월, 티몬·위메프에서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이 무기한 지연되며 사태가 표면화되었고 그 결과 입점 판매자들은 도산 위기에, 소비자들은 환불·서비스 취소 피해에 노출되었습니다. 외형 확장 속도와 운영 시스템의 속도가 어긋났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 및 주요 언론 종합)
Q3. 모든 결정이 대표 한 명에게 집중되는 회사는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될까?
매출과 수익의 격차, 브랜드와 운영의 격차. 이 두 격차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거의 모든 경우 한 지점에 도착합니다. 대표 의존 구조입니다.
초기에는 모든 결정이 대표에게 집중되는 것이 강점이 됩니다. 빠르고, 일관되고, 결단력이 있습니다. 대표의 ‘감(感) 경영’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직관적 의사결정 방식이 회사의 첫 도약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그 강점은 일정 규모를 넘는 순간 정확히 반대로 작동합니다. 세 가지 방식으로 회사를 잠식합니다.
① 의사결정이 대표 일정에 묶입니다.
직원이 30명, 50명이 되어도 모든 중요한 결정은 대표 캘린더의 빈 시간에만 가능합니다. 마케팅 예산 집행도, 거래처 단가 조정도, 신규 채용 최종 승인도 결국 대표의 결재를 기다려야 합니다. 회사의 처리 속도가 단 한 사람의 시간 자원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② 중간 관리자가 성장하지 않습니다. 대표가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면 그 아래의 리더들은 들고 가서 묻는 사람이 됩니다. 자기 결정을 내려본 적 없는 리더는 리더가 아닙니다. 회사 안에서 의사결정의 경험치가 한 사람에게만 축적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축적되지 않습니다.
③ 견제 시스템이 사라집니다.
대표의 판단을 검증하거나 다른 시각을 제시할 사람이 회사 안에 없어집니다. 처음에는 속도의 강점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잘못된 결정조차 빠르게 실행되는 위험 구조가 됩니다.
대표 감 경영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결정의 질이 아닙니다. 의사결정의 병목입니다. 한 사람이 회사 전체의 처리 용량이 되는 순간, 회사는 그 사람의 한계를 회사의 한계로 그대로 떠안습니다.
📌 사례 - ‘WeWork’
한때 470억 달러 가치로 평가를 받았던 WeWork는 2019년 IPO 추진 과정에서 좌초했습니다. 그 핵심 원인은 하나였습니다. 창업자 1인의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공동 창업자 애덤 노이만은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고 사실상 모든 중대한 결정을 단독으로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와 투자자들은 그 결정에 제동을 거는 데 거의 실패했습니다. 공개된 투자설명서는 거버넌스, 비즈니스 모델,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비판에 휩싸였고, 결국 IPO는 철회되었으며 노이만은 CEO에서 사임했습니다.
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한 사람에게 의사결정이 과집중된 구조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사례입니다.
(WSJ, 위키백과, 국내 언론 종합)
세 가지 진단, 매출과 수익의 격차, 브랜드와 운영의 격차, 대표 의존의 한계의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모두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구조는 바꿀 수 있습니다.
진단 다음에 오는 결정
매출은 오르는데 돈이 안 남는 회사는, 일을 안 한 회사가 아닙니다. 회사의 성장이 운영 시스템의 성장 속도를 추월한 회사입니다. 그 시점에서 회사는 "사람"으로 굴러가던 단계를 지나, "시스템"으로 굴러가야 하는 변곡점에 도착합니다.
이 변곡점에서 회사는 두 가지 선택을 맞이합니다. 구조를 다시 짤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방식으로 더 밀어붙일 것인가. 후자는 단기적으로는 쉽고, 장기적으로는 거의 항상 같은 결말로 갑니다.
위 세 가지 진단 중 어느 하나가 자기 회사의 풍경과 겹쳐 보이셨다면, 그것은 회사가 이미 그 변곡점에 들어와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안에서 자가진단하기 어려운 종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매일 그 구조 안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시선으로는 구조 자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라랩의 운영·프로세스 진단은 외부 운영 전문가의 시선에서 이 세 가지 격차를 회사의 현재 상태와 정렬해드리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진단 다음의 처방,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짤 것인가’와 ‘그 일을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는 다음 글 ‘’프랙셔널 COO(fractional COO)’가 필요해지는 때’에서 다룹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