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
풀타임 CMO, 지금 꼭 필요한 걸까?
리라랩 ReLa.LAB
2026. 05. 29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본과 시스템을 가진 포춘 500대 기업에서 CMO는 평균 4.3년을 근무합니다. 이는 다른 모든 C레벨보다 짧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 중 34%는 아예 CMO 자리를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정반대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리즈 A를 막 마친 대표 앞에 거의 모두가 같은 질문을 놓습니다.
”마케팅 임원 채용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투자자도, 동료 창업자도, 무엇보다 매일 자기 자신이 묻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표는 “좋은 CMO를 찾고 있다”라고 답합니다.
스타트업의 마케팅 임원 채용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기와 형태입니다.
*Spencer Stuart 2024 CMO Tenure Study
정규직 CMO 채용이 실패하는 4가지 모습
미스매치는 여러 회사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패턴을 보여주고, 회사마다 결국 같은 결과로 수렴합니다. Startup Genome의 고성장 스타트업 추적 연구를 보면 고성장 스타트업의 70%가 premature scaling(조기 과잉 확장)의 신호를 보였고, 이것이 스타트업 실패를 가장 강하게 예측하는 변수였습니다.* 임원 영입 결정도 그 변수의 한 갈래입니다.
*A Deep Dive Into The Anatomy Of Premature Scaling
가장 자주 반복되는 네 가지 전형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형 1. 전략가를 먼저 뽑고 실행자를 기다린다
CEO는 ‘마케팅 전략을 짜줄 사람’을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회사가 필요한 건 ‘오늘 캠페인을 돌릴 사람’인 경우입니다. 전략은 CEO가 이미 머릿속에 갖고 있고, 회사가 부족한 건 그것을 손에 쥐고 빠르게 실행할 사람일 때 발생합니다.
이 신호가 보이면 위험합니다.
채용 1~2개월 후 CEO가 “새 임원이 왔는데 왜 캠페인이 안 돌아가지?”를 묻기 시작한다면 전략가를 뽑고 실행자를 기다린 사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형 2. 검증되지 않은 GTM에 가장 비싼 좌석을 만든다
GTM이 아직 가설 상태인 회사가 정규직 CMO를 영입하면 그 임원이 하는 일의 절반은 어떤 시장에 어떤 메시지로 갈지를 다시 검증하는 것이 됩니다. 임원의 시간 단가로 가설 검증을 하게 되는 셈이고, 이 비용 구조는 24개월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Gartner의 2024년 조사에서 CMO의 64%가 자신의 전략을 실행할 예산이 부족하다고 응답 했습니다.* 이건 안정적 매출을 가진 글로벌 기업의 통계라는 점을 다시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이 신호가 보이면 위험합니다. ”우리 ICP가 정확히 누구인가?”에 회사 내부 다섯 명이 서로 다른 답을 한다면, 풀타임 CMO를 영입할 단계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Gartner 2024 CMO Spend Survey
전형 3. 받쳐줄 팀 없이 임원만 영입한다
CMO 한 명이 들어와도 그가 위임할 사람이 없으면 임원은 실무자가 됩니다. 시니어 비용으로 주니어 일을 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마케팅 팀원이 0~1명인 회사에서 정규직 CMO를 뽑으면 머지 않아 “이 임원은 몸값에 비해 뭘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신호가 보이면 위험합니다.
CMO 합류 직후 업무를 위임 가능한 마케팅 인력이 2명 이상 확보되지 않는다면 임원직 자체는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전형 4. 분기 단위 피벗 환경에 장기 로드맵형 임원을 둔다 스타트업의 마케팅 전략은 빠르게 방향이 바뀝니다. 실패가 아니라 학습 과정 입니다. 그런데 정규직 CMO는 통상 12~24개월의 로드맵 위에서 가치를 발휘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입니다. 두 시간축이 안 맞으면 임원은 매 분기 자신이 짜둔 로드맵이 흔들리는 환경에서 결정권자인지 조언자인지 모호해집니다. 결정권자가 결정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미성숙한 셈입니다.
이 신호가 보이면 위험합니다.
이사회·투자자 미팅 직후 마케팅 전략 방향이 분기 단위로 바뀐 적이 최근 6개월 동안 2회 이상 있었다면 정규직 CMO 영입 타이밍이 아닙니다.
왜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가
위의 네 가지 모습 모두 사람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단계의 회사에 어떤 형태의 마케팅 리더십을 두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패턴이 그렇게 일관되게 반복되는가의 답은 질문에 있습니다.
대표들이 마케팅 임원 채용을 결정할 때 던지는 질문은 거의 한결같습니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
그러나 먼저 던졌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 정규직 CMO가 필요한 단계인가?”
”필요하다면, 어떤 형태로 두는 것이 맞는가?”
이 두 질문을 건너뛰면 어떤 사람을 뽑든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McKinsey가 같은 회사의 CMO와 CEO를 짝지어 조사했을 때 “마케팅의 핵심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같은 답을 내놓은 비율은 절반에 불과 했습니다.* 같은 책상의 두 좌석이 서로 다른 그림을 보고 있다는 뜻이고, 어떤 인재를 그 좌석에 앉혀도 그 간극이 좁혀지지는 않습니다.
*McKinsey & Company의 CMO·CEO 인식 차이 조사
수치로 들여다보면 이 미스매치가 얼마나 구조적인지 분명해집니다.*
- 포춘 500 기업의 CMO 평균 재직기간: 4.3년 (Spencer Stuart 2024 CMO Tenure Study)
- 같은 기업의 C레벨 전체 평균: 4.9년
- 모든 C레벨 중 CMO가 가장 짧음
*Spencer Stuart 2024 CMO Tenure Study
다른 임원직에 비해 CMO만 유독 빨리 떠난다는 건 시장이 CMO를 ‘가장 자주 잘못 채용하는 자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이 4.3년이라는 숫자는 수십 년의 경영 시스템·검증된 사업·안정된 조직을 갖춘 대기업의 평균입니다. 검증된 GTM이 아직 없고, 마케팅 조직이 5명 미만이고, 전략 방향이 분기 단위로 바뀔 수 있는 스타트업이 같은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통계의 압축판 입니다.
GTM 이전과 이후, 필요한 마케팅 임원은 어떻게 다른가
문제의 본질은 회사의 단계와 채용하는 임원의 형태가 맞지 않는 데 있습니다.
| 단계 |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 | 필요한 마케팅 리더십 |
|---|---|---|
| GTM 이전 (PMF 탐색) | 누가 우리 고객인지, 무엇을 어떻게 팔지가 가설 상태 | 가설 검증·실험·빠른 학습 - 시니어가 전략을 짧게 짚고 실행자가 빠르게 돌리는 모델 |
| GTM 이후 (PMF 확보·스케일업) | 검증된 GTM을 어떻게 확장·체계화할지 | 조직 빌드업·중장기 로드맵·예산 운영 - 풀타임 정규직 CMO의 본격 가치 발휘 단계 |
GTM(Go-to-Market): 제품을 시장에 어떻게 내놓고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전체 전략.
PMF(Product-Market Fit): 제품이 시장의 진짜 수요와 맞아떨어진 상태.
정규직 CMO는 후자(GTM 이후)를 위해 설계된 직책입니다. 그를 전자 단계에 데려오면 검증할 가설이 너무 많고, 결정해야 할 변수가 산만하고, 위임할 팀이 너무 작은 환경에 놓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강점이 발휘될 자리가 없습니다.
이 미스매치를 정면으로 다룬 Harvard Business Review의 2017년 아티클에서는 한 대형 유통업체 CMO 사례로 시작합니다.* 경력 있는 임원이 성장 전략을 짤 권한을 기대하며 합류했지만, 실제 역할은 광고·소셜미디어 운영에 한정됐고, 1년 후 본인이 가장 먼저 자괴감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위 아티클에서는 더 일반화된 진단도 함께 제시합니다. CEO의 80%가 자사 CMO에 불만을 표하지만, CFO·CIO에 대해서는 같은 응답이 10%에 불과합니다. 마케팅 임원만 유독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게 시장의 일관된 패턴이라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사람을 잘못 뽑은 것도, 그 사람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도 아닙니다. 두 사이의 시기·형태가 어긋난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기와 형태" 라는 진단의 정확한 의미입니다.
*Whitler & Morgan, “Why CMOs Never Last” (HBR Korea “CMO는 왜 오래가지 못할까?”)
시작점은 진단입니다
마케팅 임원 채용을 둘러싼 모든 결정은 ‘우리 회사가 어느 단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위의 네 가지 모습 중 어디에 우리 회사가 해당하는지 정확히 짚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진단은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이 더해질 때 더 정확해집니다.
- 우리 회사를 외부 시니어의 시각으로 정확하게 점검하고 싶으시다면 리라랩의 마케팅·GTM 전문가 진단에서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 진단 다음 단계, 어떤 형태의 마케팅 리더십이 우리 회사에 맞는가를 직접 점검하고 싶으시다면 이어서 발행될 ''프랙셔널 CMO(fractional CMO)’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아티클에서 구체적인 진단 도구를 제공합니다.
마케팅 임원을 언제 뽑을지 잘못 결정해 잃게 되는 비용은 그 사람 한 명의 연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결정으로 회사가 잃는 것은 그 이상의 운영 시간 입니다. 그 시간을 잃기 전에 외부 시각으로 점검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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