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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ROAS는 좋은데, 통장은 비어 있는 이유

김용철 멘토 2026. 05. 18



지금도 수많은 회사에서 열리고 있을 마케팅 회의에서는 광고 ROAS 보고서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5, 6, 700%. 숫자는 좋습니다. 그 시간, 자금 쪽에서는 다음 주 거래처 결제가 빡빡하다는 보고를 올립니다.

분명 어딘가에서 어긋나고 있는데 그 어긋남이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글에서 ‘매출은 환상, 이익은 의견, 현금이 팩트’라는 명제를 나눴습니다. 오늘은 그 명제를 가장 익숙한 의사결정인 광고비 지출에 적용해보려 합니다. 위 명제의 정체가 정확히 이 안에 있습니다.

ROAS는 환상 쪽의 매출 지표다


ROAS는 ‘Return On Ad Spend’, 즉 광고비 대비 매출액을 뜻합니다. 단순합니다. 광고비 1,000만 원을 써서 매출 5,000만 원이 나왔다면 ROAS는 500%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함정이 시작됩니다. ROAS는 분자가 '매출'입니다. 1편의 명제를 다시 떠올려보면 ROAS는 환상의 영역에 속한 지표입니다. 광고를 통해 일이 일어났다는 기록이지 그 일이 회사에 무엇을 남겼는지 알려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게다가 광고비와 매출은 시점 자체가 다릅니다. 광고비는 오늘 카드로 결제되거나, 다음 달 초에 통장에서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광고로 발생한 매출이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시점은 결제 수단에 따라 며칠에서 몇 달까지 차이가 납니다. 후불 정산이거나, 거래처 매출이라면 그 시차는 더 벌어집니다. ROAS 500%는 ‘광고비의 5배가 매출로 잡혔다’라는 뜻이지, ‘광고비의 5배가 통장에 들어왔다’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ROAS가 좋은데 통장이 비어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ROAS는 매출이 일어났다는 환상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고, 현금이라는 팩트는 한참 뒤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마진이 얇으면 ROAS가 높아도 남는 게 없다


두 번째 함정은 더 큰 문제입니다. ROAS는 매출만 볼 뿐, 그 매출의 마진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간단한 숫자로 보겠습니다. 광고비 1,000만 원, 광고로 발생한 매출 5,000만 원, ROAS 500%. 좋은 캠페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영업이익률이 10%라면 어떻게 될까요. 매출 5,000만 원에서 광고가 만들어준 이익은 500만 원입니다. 그런데 광고비는 1,000만 원을 썼습니다. 광고를 한 결과 회사는 500만 원을 잃었습니다.

ROAS만 보면 절대 보이지 않는 손실입니다. 'ROAS가 좋다'는 말이 곧 '장사가 잘 된다'와 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진 구조에 따라 ROAS 5가 흑자일 수도, 적자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ROAS 숫자가 어떤 회사에서는 통장을 채우고, 어떤 회사에서는 통장을 비웁니다. ROAS는 그 차이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ROAS의 결함이 아닙니다. ROAS는 그저 자기가 측정하기로 한 것을 측정할 뿐입니다. 문제는 마케팅 성적표를 회사 경영의 성적표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ROAS와 함께 봐야 할 숫자 세 가지


그래서 광고비 의사결정을 할 때는 ROAS 옆에 적어도 세 가지 숫자를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첫째, 이익기여율. 광고로 발생한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진짜 이익이 얼마인가. 이 숫자가 광고비를 넘어야 광고는 비로소 회사에 무엇을 남깁니다.

둘째, 현금전환 주기. 광고비를 지출한 시점부터 그 광고로 발생한 매출이 통장에 들어오는 시점까지, 며칠이 걸리는가. 이 시차가 길면 ROAS가 아무리 좋아도 그 사이 다른 자금이 막힙니다.

셋째, 주문건당 유입 현금액. 광고를 통해 한 건이 팔릴 때마다 거기서 변동비와 광고 분담분을 빼고 통장에 실제로 남는 돈은 얼마인가. ROAS 500%는 화려해 보이지만 한 건당 통장에 100원도 안 남는 캠페인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숫자가 있어야 광고비라는 의사결정이 환상이 아닌 팩트 위에서 이뤄집니다. ROAS는 환상, 이익기여율은 환상보다는 사실에 가까운 의견, 그리고 현금전환 주기와 주문건당 유입 현금액이 팩트입니다.

모든 상품에 같은 광고 전략을 쓰면 안 된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ROAS를 그렇게 본다고 해서 모든 상품에 광고비를 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블루오션에 가까운 차별화된 신제품이라면 마진이 다소 얇더라도 과감한 광고 지출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맞습니다. 초기 점유율을 잡지 못하면 그 시장은 오래 지속되는 경쟁의 자리가 됩니다. 이 시기의 광고비는 단기 ROAS가 아닌 시장 진입 비용으로 봐야 합니다.

반면 레드오션에 가까운 성숙기 상품이라면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카테고리 전체에 대한 광고는 이미 다른 회사들이 충분히 깔아두었습니다. 이 시장에서 자기 광고를 더 얹어봐야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타사 광고에 편승하는 전략, 영업 채널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 그리고 광고비를 과감히 줄여 그 절감분을 판매가 조정에 쓰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기간 고객의 기억에 자리를 잡고 있는 브랜드들이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같은 카테고리에서 누군가는 매년 막대한 광고를 집행했고, 누군가는 그 위에 가벼운 시그널만 얹으며 더 단단한 수익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광고비 의사결정은 결국 이 상품이 어느 시장에 있는가라는 질문 위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ROAS 하나로 모든 상품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잘못된 상품에 광고비를 더 붓고 옳은 상품에서는 광고비를 더 줄이게 됩니다.

결국 사람이다


여기까지는 제가 신규 브랜드를 키우던 시기에 매주 회의에서 다투던 이야기입니다. 그 시기를 거치며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의 생명줄은 ROAS가 아니라 현금이고, 그 현금은 다시 회사 안의 사람들에게로 흘러갑니다.

직원 월급으로, 거래처와의 신뢰로, 다음 분기의 가능성으로 흘러갑니다. ROAS 500%여도 통장에 얼마 남기지 못하는 캠페인이라면, 그 캠페인이 좋다는 마케팅팀의 보고와 자금이 빡빡하다는 자금 담당의 보고는 사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언어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영의 핵심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의 진심과 실행력에 있습니다. 다만 그 진심과 실행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매주 보는 ROAS 한 줄이 환상인지 팩트인지를 정확히 분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주 회의에서 봐야 할 보고서가 한 장 더 늘어난다는 뜻이지만, 그 한 장이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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