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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브랜딩

AI가 만든 마케팅은 왜 다 비슷해 보일까

리라랩 ReLa.LAB 2026. 05. 01



요즘 여러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톤이 비슷하고, 구성도 본 듯하고, 심지어 카피의 리듬마저 익숙합니다. 분명 다른 브랜드인데 같은 사람이 만든 것 같은 묘한 느낌. 아마 많은 분들이 이 경험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I에게 물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AI에게 “우리 브랜드에 맞는 마케팅 카피를 써줘.”라고 하면 곧잘 만들어줍니다. 마케팅 문법도 정확히 이해하고, 구조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데다, 감성까지 적절하게 녹여냅니다. 문제는 옆 브랜드도 같은 요청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과물의 양과 질 측면에서 이제는 사람이 AI를 따라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는 순간 ‘가장 좋아 보이는 콘텐츠’는 ‘가장 흔한 콘텐츠’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네비게이션의 역설


이것을 ‘네비게이션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을 쓰는 소수의 사람은 최적의 경로를 독점하다시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전하는 모두가 네비게이션을 쓰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차는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 몰리게 되면서 최적이라고 안내된 경로는 더 이상 최적이 아니게 됩니다.

AI를 활용한 마케팅도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초기에는 AI를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강력한 경쟁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마케터가 AI를 씁니다. 도구의 차이가 아니라 질문의 차이, 판단의 차이, 선택의 차이가 결과를 가르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답을 잘 내는 사람에서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으로


그렇다면 AI 시대에 마케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전에 마케터는 ‘답을 잘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좋은 카피를 쓰고, 효과적인 매체 전략을 짜고, 크리에이티브를 잘 만들어내는 능력이 핵심이었습니다. 이제 이 영역의 상당 부분을 AI가 해냅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때로는 더 정교하게 말이죠.

하지만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AI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봄 시즌 캠페인 카피를 써줘.”라는 질문에 딱히 지적할 것 없는 훌륭한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AI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정말 20대 여성이 우리의 타깃일까?”
“이 캠페인을 굳이 봄 시즌에 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혹시 카피가 아니라 제품 경험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싶은데, 어때?”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 여러 선택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능력,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을 읽는 능력. 바로 이것이 AI 시대에 마케터가 가져야 할 경쟁력입니다.

어떤 것을 ‘고르느냐’가 실력이다


결국 이런 이야기입니다. AI가 내놓는 그럴 듯하고 괜찮아 보이는 여러 선택지 중 어떤 것을 고르고, 또 그것을 가만히 보면서 어떤 부분을 내가 직접 손을 대고 만드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AI는 ‘최고의 조수’라는 사실입니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는 시대일수록 도구 너머에 있는,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판단력과 관점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같은 AI를 쓰고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이것이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마케터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2026년 4월 15일 진행한 김준수 멘토의 ‘K브랜드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세미나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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