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업개발 교육·코칭·리더십
디지털 전환과 성과를 연결하는
실행형 리더
정지현 멘토
LF몰에서 30년간 패션 이커머스를 이끌던 리더, 정지현. “성과를 내는 일은 익숙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왜 이 일을 하는지 의욕이 사라지더라고요.” 기업의 최전선에서 ‘이커머스 혁신’을 이끌던 임원에서 ‘사람의 성장을 돕는’ 코치로 방향을 바꾸게 된 이유. 그 이야기에는 성과보다 사람을 향한 통찰, 그리고 자신을 새로 세운 여정이 있었습니다.
디지털전환 한 걸음 앞서간 선택
Q. 이커머스 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6년쯤이었어요. 그때 저는 기획 부서에 있었고, 회사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죠. 저는 스태프로 참석해서 ‘이커머스를 미래 성장 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보고서를 썼습니다. 그땐 아무도 그게 뭔지 몰랐어요. 일부 유통업만 조금씩 시도하고 있을 뿐이었죠. 그 보고서를 쓴 뒤, 직접 그 부서로 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요청했어요. 결국 세 명뿐인 작은 TFT에 합류하게 됐죠. 그게 제가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옮겨간 첫걸음이었습니다.
임원 첫 해, 100억 캠페인의 시작
Q. 임원 승진 첫 해, 100억 규모의 대형 캠페인을 진행하셨다고요.
2019년이었어요. 승진하고 나서 1개 팀에서 10개 팀을 맡게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그런데 이커머스가 워낙 급성장하던 시기였어요. 회사 내부에서 ‘패션 부문 톱오브마인드 1위를 찍자’는 목표가 생겼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TV 광고까지 포함된 대형 캠페인을 4개월 안에 완성해야 했습니다.사실 대부분은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브랜드가 TV 광고로 손익을 내는 건 어렵다고 했죠. 하지만 우리 팀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강했고, 그 믿음으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였습니다. 그때 만든 캠페인이 ‘천지빼까리’였어요.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의 LF몰이 그런 유쾌한 콘셉트를 택한 건 파격이었죠. 결과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도, 매출도 모두 올렸습니다.
Q. 프로젝트를 이끌며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성과는 좋았지만, 저에게는 큰 레슨이 남았어요. 저는 늘 직원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일하는 리더였거든요. ‘내가 열심히 하면 팀도 따라올 것이다’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그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모두가 번아웃이 왔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리더의 역할은 ‘같이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달릴 수 있게 믿어주는 사람’이라는 걸요.그 이후로는 완전히 코칭형 리더십으로 전환하려 노력했습니다. 직원을 믿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죠.
Q. LF시절 가장 인상 깊은 프로젝트로 ‘헤지스 X 미미인형’ 협업을 꼽으셨죠.
LF에서 브랜드 이커머스를 담당할 때였어요. 기존 고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게 미션이었죠. 그런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미미인형’과의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미미인형을 좋아했거든요. 우리 고객 세대도 그 감성을 공유하고 있었죠. 게다가 인형 회사가 3D 데이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면 영상 제작도 저비용으로 가능했어요. 모두 반대했지만, 결국 밀어붙였어요.결과적으로 ‘이게 헤지스였어?’라는 반응을 얻었고, 브랜드도, 인형 브랜드도 동시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비용으로 가장 큰 바이럴을 일으킨 프로젝트였죠.
‘성과’에서 ‘의미’로, 코칭이 만든 새로운 조직문화
Q. 코칭을 배우게 된 계기가 있으셨다고요.
임원 승진 후 1년쯤 지났을 때였어요. 성과도 냈고, 일도 많았는데 이상하게 감정이 없어졌어요. 열심히 하는데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저를 늘 도와주시던 선배, 제게 ‘언니’ 같은 분이 코치셨어요. 그분이 ‘셀프 코칭’을 권유하셨어요. 처음엔 막막했죠. 그런데 코칭을 배우면서 ‘나는 누구인가’, ‘왜 일하는가’,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를 비로소 생각하게 됐어요. 회사에서 미션 보드를 만들듯, 개인에게도 그런 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제 안의 ‘북극성’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어요.Q. 그 경험이 리더십에도 변화를 줬나요?
예전엔 ‘리더는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어요.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가기 위해 제 답을 주려 했죠. 하지만 코칭을 배우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내가 정답이라고 믿는 것이 상대방에겐 아닐 수 있다.’ 사람마다 가치관도, 상황도, 맥락도 다르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가르치기보다 듣습니다. 상대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돕는 거죠. 코칭 철학의 핵심이 바로 그거예요. 모든 사람은 자기 문제의 전문가라는 믿음. 그 믿음이 제 리더십의 중심이 됐어요.Q. 코칭을 조직 운영에 어떻게 적용하셨나요?
회의 문화를 바꾸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예전엔 리더가 말하면 직원들은 고개 숙이고 메모만 했어요. 그런데 코칭 방식을 도입하니까 회의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우리가 왜 이 회의를 하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 스스로 정하고 논의하는 구조로 바꿨죠. 목표를 정하고,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실행 계획과 책임자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변화의 모습을 함께 그리는 프로세스였어요. 그랬더니 회의가 짧아졌고, 훨씬 생산적이게 됐습니다. 모두가 말하고, 모두가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 잡았어요.그게 코칭 리더십이 조직 안에서 만들어내는 힘이었죠.
리더에서 코치로
Q. 조직을 떠나 코치로 독립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30년간 조직 안에서 일했지만, 결국 제 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다. 내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내 방식으로 살고 싶다.’ 조직을 떠난다는 건 두렵지만, 동시에 자유였어요. 앞으로 20년, 30년은 더 일해야 하니까요.이제는 다시 신입사원처럼 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코칭 컨설팅 회사 ‘넥스트유파트너스’를 세웠어요. 지금은 개인과 조직이 쉽게 코치를 만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준비 중이에요. 누구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는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다. 성과는 회사의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은 내 것이다. 그러니까 망설이지 말고 해보라. 정지현 멘토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변화 앞에서 두려운 분들이 있다면, 그건 성장의 신호일지도 몰라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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