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창립 멤버부터 토니모리, 투쿨포스쿨까지.
26년간 브랜드와 유통의 양쪽을 모두 경험하며 한국 화장품 산업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통과해온 박성철 멘토.
한불화장품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H&B 드럭스토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올리브영 초기 사업을 직접 구축하였고, 이후 IPKN에서 10년 이상 브랜드를 성장시키며 상품 기획과 유통 전략을 동시에 경험해왔습니다. 토니모리, 투쿨포스쿨 등 다양한 브랜드를 거치며 ‘잘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왜 팔리는지 설명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기준을 축적해왔습니다.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무엇이 브랜드를 만들고, 무엇이 브랜드를 멈추게 하는지. 박성철 멘토는 지금도 그 질문을 중심으로 현장의 기준을 이야기합니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성철 멘토/리라랩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한국 화장품 시장
Q. 요즘은 누구나 화장품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는 시대인데요. 실제로도 그렇게 쉬운 산업인가요?
겉으로 보면 굉장히 쉬워 보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는 OEM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기 때문이죠. 예전처럼 직접 R&D를 하고 생산 설비를 다 갖춰야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그런 걸 대신해주는 회사들이 워낙 많다 보니, 샴푸 하나 만들고 화장품 하나 만들어서 온라인에 올리고 숏폼 몇 개 돌리면 될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래서 더 어려운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산업적으로는 엄청난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이에요. 지금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3만 8천 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 수많은 브랜드가 다 자기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거기에 들어오는 순간, 그냥 제품 하나 만들어보는 수준이 아니라 사업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5억에서 10억 이상은 각오해야 하고, 남들이 하는 정도로 제대로 해보겠다고 하면 30억, 40억 단위의 투자도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화장품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닙니다. 저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어요. 그냥 기능이 있는 물건이 아니라, 브랜드가 만들어낸 제품 위에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가치가 얹혀져야 비로소 상품이 됩니다.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고, 또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화장품은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살아남을 수는 없는 산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말씀하신 ‘제품’과 ‘상품’의 차이를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많은 분들이 여기서 혼동하시는 것 같아요. 제품은 만들 수 있습니다. OEM 통해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죠. 그런데 그게 바로 상품이 되지는 않습니다. 상품이 되려면 고객이 ‘왜 이걸 사야 하지?’에 대한 답을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품질이 괜찮다, 성분이 나쁘지 않다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어떻게 붙일 건지, 어떤 이미지를 줄 건지, 어떤 채널에서 어떻게 보여줄 건지, 처음 고객이 접했을 때 어떤 신뢰를 느끼게 할 건지, 그런 설계가 다 필요합니다. 화장품은 그 설계가 굉장히 중요한 산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화장품을 소비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예요. 비누처럼 ‘있으면 쓰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고객이 이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에 납득해야만 구매가 일어나는 상품이고, 그 납득을 만들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성철 멘토/리라랩
시장을 보는 기준을 만들어준 커리어
Q. 멘토님께서는 어떤 흐름으로 커리어를 쌓아오셨나요?
제 첫 출발은 한불화장품이었습니다. 지금은 꽤 큰 회사지만, 제가 들어갈 당시에는 굉장히 젊고 역동적인 회사였어요. 직원 수가 200명이 채 안 됐고, 평균 연령도 20대 후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거의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였죠. 거기서 화장품 쪽 마케팅과 영업을 경험하면서 업을 보는 눈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CJ에서 제안이 왔어요. 당시 새롭게 시작하던 유통 사업, 지금의 올리브영이죠. 그때는 H&B 드럭스토어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유통 채널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어요. 그 초기 팀에 합류해서 한 6년 정도 일했습니다.
올리브영에서 MD를 하다 보니 정말 많은 브랜드를 다루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중소 브랜드들의 아쉬운 점이 굉장히 많이 보였습니다. ‘이걸 이렇게 말고 이런 식으로 마케팅하면 훨씬 클 텐데’ 하는 생각이 반복됐어요. 그런데 유통에 있으면 결국 발굴하고, 인큐베이팅하고, 어느 정도 크면 또 다른 브랜드로 대체하고, 그런 사이클을 계속 돌게 됩니다. 매일 새로운 브랜드를 보고 판단하는 일은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면도 있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보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렇게 IPKN으로 옮겨서 과장으로 들어갔고, 이사로 퇴직할 때까지 13년 정도 한 브랜드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홈쇼핑도 경험했고, 브랜드숍 열풍이 불던 시기에는 토니모리에서 마케팅 본부장으로 일했고, 또 투쿨포스쿨도 거쳤습니다. 마지막에는 처음 시작했던 한불화장품으로 다시 돌아가 상무로 마무리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제 경력 자체가 지난 26년간 한국 화장품 산업의 유통 변화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Q. 올리브영 초창기 경험은 지금의 기준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주셨나요?
굉장히 컸습니다. 지금은 매장에 가면 제품을 테스트하고, 발라보고, 비교해보고, 진열을 통해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주는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그런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화장품 매장에 테스트 공간도 없고, 집기도 제대로 없고, 비주얼 머천다이징도 선진화되어 있지 않았어요. 화장품이라는 제품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처음부터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드럭스토어를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진열 구조를 보고, 집기를 뜯어보다가 쫓겨난 적도 있고, 국내 할인점에서 가격표 정보를 보려고 하다가 잡혀본 적도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그때는 진짜 몸으로 배워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하나예요. 화장품은 좋은 내용물만으로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 보여지고, 어떻게 이해되고, 어떻게 선택되게 만들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그 기준을 굉장히 이른 시기에, 아주 치열한 환경에서 배운 셈이죠.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성철 멘토/리라랩
성공하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Q. 멘토님께서 보셨을 때, 실제로 잘된 브랜드들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시기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포인트를 분명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이니스프리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모레에서 작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자연주의라는 컨셉을 제대로 잡고 그걸 강하게 소구하면서 살아났습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기 브랜드를 설명하기 시작한 거죠.
또 대표적인 사례가 메디힐입니다. 마스크 시트라는 제품군에서 열풍을 만들었고, 그게 한국 화장품 산업에서 굉장히 큰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냈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차별점을 소비자가 확실하게 인식하도록 만든 방식이었습니다. 브랜드명, 제품 포지셔닝, 신뢰를 주는 언어 선택, 이런 게 다 같이 작동한 거예요.
닥터자르트도 마찬가지죠. 초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전환점을 잘 잡았습니다. ‘닥터’라는 네이밍을 붙이는 순간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잖아요. 실제 개발 과정은 일반 제품과 그렇게 다르지 않아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왠지 더 전문적일 것 같다, 피부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이미지를 받습니다. 그런 소구 포인트를 영리하게 잡은 브랜드가 결국 성장했습니다.
Q. 메디힐 같은 브랜드는 성장 전략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굉장히 많죠. 브랜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대부분 욕심을 부립니다. 유통을 확장하고 싶어 하고, 채널을 넓히고 싶어 해요. 그런데 메디힐은 초기에 굉장히 전략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처음 벤치마킹하고 집중했던 채널, 그러니까 올리브영에 사실상 올인했어요. 보통은 어느 정도 반응이 오면 다른 데로도 넓히고 싶어지는데, 메디힐은 올리브영의 니즈와 자기 브랜드의 니즈를 맞물리게 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모든 채널에 조금씩 들어가는 것보다, 내 브랜드와 가장 잘 맞는 채널 하나에서 제대로 존재감을 만드는 게 더 강한 힘을 만들 때가 많습니다. 메디힐은 그 판단을 잘했고, 결국 몇천억대 브랜드로 성장했죠. 저는 그런 사례를 볼 때마다, 브랜드가 잘되는 건 제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걸 다시 느낍니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성철 멘토/리라랩
왜 대부분의 브랜드는 여기서 멈추는가
Q. 그렇다면 작은 브랜드나 개인 셀러가 실제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전에 중소 브랜드 하나를 5~6개월 정도 깊게 봤던 적이 있는데, 업력은 2~3년 됐는데도 사실상 이뤄진 게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왜 그럴까를 봤더니,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왔다 갔다 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회사의 대표님들은 외부 사람을 많이 만나잖아요. 그러다 보면 귀가 얇아집니다. 저는 가끔 그런 말씀도 드려요. CEO분들 귀는 열려 있는 게 아니라 뒤집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직원들 얘기는 다 튕겨내고, 오히려 밖에서 흘러가는 말에 더 흔들립니다. 누가 샴푸가 잘 된다고 하면 샴푸 쪽으로 가 있고, 또 립이 뜬다고 하면 립스틱으로 갑니다. 그렇게 자원을 계속 분산시키는 거예요.
원래 가려던 길이 있다면, 원래 잡아놓은 타깃 시장이 있다면 그걸 끝까지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방향을 바꾸면서 버리는 시간이 많습니다. 저는 그게 작은 브랜드를 가장 빨리 지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 실제 의사결정에서 그런 문제가 어떻게 나타나나요?
아주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습니다. 패키징이었어요. 대표님이 ‘우리가 원했던 타깃이랑 다르게 나왔다’고 고민하시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는 99.9% 비슷했습니다. 출시해도 될 수준이었어요. 직원들 의견도 대부분 허용 가능한 오차 수준이라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그걸 못 넘기더라고요. 왜냐하면 그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보는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품질에 집착하는 사람이다’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그 결정 하나 때문에 런칭이 3주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3주 늦어진 데서 발생한 손실은 계산하지 않아요.
저는 이런 장면을 많이 봤습니다. 본질보다 자기 이미지나 과도한 완벽주의에 매달리면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죠. 작은 브랜드일수록 뭘 끝까지 고집해야 하고, 뭘 과감히 넘겨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성철 멘토/리라랩
앞으로 살아남는 브랜드의 조건
Q. 앞으로의 화장품 시장에서는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는다고 보시나요?
예전과는 시장 구조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괜찮은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하고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면 반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디어가 너무 다양해졌어요. TV 광고 보는 사람도 많지 않고, OTT든 숏폼이든 채널이 너무 쪼개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잘 만들고 많이 알리면 된다’는 방식이 잘 안 먹힙니다.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는 시장을 잘 세분화하는 회사가 살아남습니다. 모두를 겨냥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특정한 표적을 정확히 정의하고 그 표적에 맞는 툴을 찾아가는 회사요. 그렇게 해야만 브랜드의 코어가 생깁니다. 그 코어가 있어야 그 이후에 확장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리면, 작은 회사가 히트 상품을 따라 한다고 해서 항상 두 번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롯데제과 같은 대기업은 유통망이 있기 때문에 따라가도 뒤집을 수 있어요. 그런데 자원 없는 작은 회사가 남의 히트 상품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결국 자기 고객을 정확하게 알고, 자기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가 살아남습니다.
이런 고민이 있다면, 박성철 멘토를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 K뷰티 시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기획해야 할지 고민이 있으시다면
• 제품은 만들었지만 ‘왜 팔리는지’를 설명하기 어려우시다면
• 브랜드 방향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면
• 유통, 홈쇼핑, H&B, 브랜드 전략을 한 번에 보고 싶으시다면
박성철 멘토는 유통과 브랜드를 모두 경험한 시선으로 현재 상황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방향을 함께 설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