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산업을 넘나들며 새로운 길을 만드는 멘토
월가에서 금융상품을 설계하던 금융공학자에서 부동산·자산관리 전문가, 그리고 지금은 청년·스타트업과 함께하는 멘토. “지금 시대는 혼자 성공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연령과 분야를 넘어 머리를 맞대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여운봉 멘토는 수십 년간 금융·부동산·세무를 넘나든 경험을 내려놓고, 이제는 시니어와 청년, 그리고 벤처·스타트업을 잇는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멘토링 이야기 속에는 세대가 섞일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아이디어, 그리고 “멘토도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신생 기업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Q. 비사이드미(리라랩) 멘토로 활동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지인의 소개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렸어요. 신생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 제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여러 회사를 거치며 투자, 재무, 자산관리 쪽 일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나누고 싶었습니다.Q. 수십 년간 현장에서 일하다가, 청년·스타트업과 함께하는 멘토링에 참여하셨습니다.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어떤 마음이셨나요?
저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특히 서울시 프로그램에서 젊은 대학생 두 분과 한 팀이 되어 이틀 동안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었는데요, 나이와 상관없이 격의 없이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 청년 세대가 가진 아이디어와 시야는 체감상 “100배쯤 더 앞서 있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분들 덕분에 저도 도전받았고, 저 역시 경험을 나누며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세대가 달라도,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Q. 서울시가 주관한 ‘시니어×청년 일자리 발굴 경진대회’에 참여하셨습니다. 직접 참여해 보신 소감과 후기가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은 은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른바 ‘유휴 인력’이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이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국가와 도시 차원에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너무 늦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이 문제를 미리 꺼내고 실험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신호탄이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 자리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제 커리어에 큰 영광이자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이틀 동안 제 머릿속에서 ‘기가 막힌 플랫폼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하루 종일 한 주제만 붙들고 다양한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보면 전혀 다른 영역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툭 튀어나오는구나, 그걸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Q. 청년들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대가 달라도 함께할 수 있겠다”라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그게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젊은 청년들과 은퇴자가 ‘비즈니스 파트너’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아이디어를 만들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요? 나이는 차이가 나지만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서 서로의 강점을 내놓고 함께 설계해 보는 경험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이 앞으로 더 많아진다면 시니어와 청년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Q. 함께 활동하면서 청년 세대를 보며 가장 놀랐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역시 IT 감각입니다. 저희 세대에서 PPT를 만든다고 하면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관련 부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AI까지 활용해서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보고 있으면 “아, 속도와 효율의 차이가 이 정도구나”를 느끼게 돼요. 이건 세대의 강점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Q. 반대로, 멘토님 세대가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은퇴 세대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결국 ‘경험’입니다. 청년들이 자주 물어보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 집 마련은 언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건 책이나 유튜브만으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영역이거든요. 저는 금융·부동산·세무 쪽을 오래 다루면서 연구하고, 가르치고, 직접 투자도 해보고, 실패도 많이 겪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솔직하게 들려주면, 청년들은 그걸 굉장히 값지게 받아들입니다.
요즘 성공하는 비즈니스에는 반드시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Q. 리라랩 멘토로 스타트업 멘토링에도 참여하시며 “보람 있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타트업을 멘토링 하셨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세 개의 회사를 멘토링 했는데요, 분야가 모두 달랐습니다.• 요양원·요양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인 요양 IT 시스템
•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양도세를 자동 계산해 주는 세금 계산 툴
• 법률 내용증명·민사 소송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률 플랫폼
이 세 기업을 보면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지금 성공하는 비즈니스에는 반드시 ‘소프트웨어’가 핵심으로 들어가 있다”라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몸으로 뛰고, 기계를 돌리고, 볼트를 깎고,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IT 기술이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소프트웨어적인 역량, 그리고 이를 보호할 수 있는 특허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멘토링 현장에서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Q. 경험 많은 리더의 시선으로 볼 때, 초기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대부분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실무에 들어가면 생각지 못한 실수와 실패를 많이 겪게 됩니다. 물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누군가와 미리 상의하고, 컨설팅을 통해 아이디어와 전략을 점검받으면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멘토링은 본인에게도, 사회에도 기여도가 큰 일이다”라고 생각합니다.Q. 멘토링을 하시면서 초기 기업들에게 “이건 꼭 알려주고 싶다”라고 느끼신 실전 조언이나 인사이트가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립니다.첫째, 특허·상표권 등 지식재산(IP)에 대한 감각이 너무 약하다는 점입니다.
작은 빵집 하나를 하더라도 상표권 때문에 문을 닫는 사례가 많습니다. 스타트업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허권, 상표권을 겨우 한두 개 등록해 놓고 안심하는데, 실제로는 하나의 비즈니스를 둘러싼 세부 특허가 10개 이상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진입 장벽과 방어막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이템 자체는 괜찮은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구조라면 조금만 잘되면 바로 경쟁자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묻습니다. “이 비즈니스를 다른 사람이 쉽게 베끼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이 무엇인가요?” 여기에서도 결국 특허와 지식재산 전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제는 나 홀로 성공의 시대가 아닙니다
Q. 젊은 창업자와 시니어 멘토의 협업이 실제 비즈니스에는 어떤 긍정적 영향을 만든다고 보시나요?
시니어의 약점은 분명합니다. IT, 새로운 툴, 속도감 있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청년 세대가 훨씬 빠릅니다. 반대로, 시니어는 경험과 숙련도, 위기 대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비즈니스의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젊은 세대의 IT 감각과 정보 수집 능력,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판단력, 네트워크가 함께 묶이면 시너지가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시대에는 나 홀로 성공이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비즈니스든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장점을 결합해야 합니다.Q. 멘토링을 하시면서 멘토님 스스로도 새롭게 배우거나 재발견한 점이 있다면요?
가장 크게 느낀 건 이런 점입니다. “지금 시대의 비즈니스는 혼자 밤새워 일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예전에는 저 혼자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뛰면 어떻게든 성과가 나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사업이든 최소 4~6명 정도의 팀이 각자의 장점을 내놓고 제휴하고, 협업하고, 함께 고민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국제도시들을 보면 외국인 비중이 35%에서 많게는 80%를 넘기도 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섞여야 도시와 비즈니스가 함께 성장한다고 하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서로 다른 세대·전문성이 섞이지 않으면 혼자, 혹은 둘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Q.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멘토링”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좋은 멘토링은 “빨리,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먼저, 스타트업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 대표의 철학과 마인드, 사업의 구조와 약점을 짧은 시간 안에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그걸 빠르게 읽어내지 못하면 실질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반대로,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진단하고 정확한 질문과 제안을 해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멘토링이라고 생각합니다. 멘토에게 필요한 능력은 화려한 말솜씨보다, 상대의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는 ‘분석력’에 더 가깝습니다.
벤처 멘토의 최고봉이 되고 싶습니다
Q. 리라랩에서의 목표,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리라랩에서 저는 저 자신도 새로운 커리어를 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스타트업 기업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성장을 함께 도우면서 저 역시 계속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를 한 줄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스타트업 멘토의 최고봉이 되고 싶다.”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진지하게 이 일을 제 인생 2막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멘토로서의 활동을 망설이는 시니어분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멘토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책으로든, 직접 경험으로든, 간접 경험으로든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이 있어야 진짜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준비되어 있는 분이라면 멘토라는 역할이 인생 2막·3막의 아주 좋은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다만 그 전제는 하나입니다. “멘토도 계속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것. 저 역시 AI 도구(퍼플렉시티, 감마, 클로드, 제미나이 등)를 네 가지나 돌려쓰면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AI로 도표를 만들고, 책을 요약하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데 쓰면서 제 시간도 절약하고, 멘티들에게도 더 나은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멘토를 위한 AI 활용법”도 언젠가 강의해 보고 싶습니다.
여운봉 멘토는 말합니다. “지금 시대는, 경험 있는 시니어와 빠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야만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시니어와 청년, 투자와 기술,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가능성 사이를 오가며 “스타트업 멘토의 최고봉”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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